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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자인사학회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04066 94, Wawasan-ro, Mapo-gu, Seoul Hongik University Hongmun Hall 1203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18호 - 이선옥 인터뷰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18호 이선옥 Interview 편집: 디자인사학회 인터뷰: 이선옥 진행: 문희채 발행: 2025년 1월 15일
- 미국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NARA)에서 기록을 찾아 조사하고 큐레이션하시는 이선옥 선생님과 아카이브와 디자인사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Q1. 현재 일하고 계신 미국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영어 공식 명칭은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이하 NARA) 이다. 이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NARA는 비현용기록물인 아카이브즈(archives)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용・준현용기록물까지 통합적으로 모두 관리하는 기록물 관리・보존 전문 기관이다. NARA는 1934년 워싱턴 D.C. 중심에 설립된 NARA I과, 이곳에서 50여분 떨어진 메릴랜드 컬리쥐파크에 1984년에 설립된 NARA II에서 영구보존물(비현용기록물)을 보존・관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전역에 NARA 산하기관으로 현재까지 18개의 연방기록물센터(Fedral Records Center)와 13개의 국립지역기록물보존소, 2개의 국립인사기록물보존소, 15개의 대통령도서관 및 박물관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은 위의 모든 기관의 기록물을 관리・보관한다. 특히, 연방기록물센터는 NARA I과 NARA II의 비현용기록물 보존기관으로 이관되기 이전의 현용・준현용 기록물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각 연방기관에서 처리해야 하는 기록들을 무조건 NARA I과 NARA II로 이관하지 않고 연방기록물센터의 기록물관리자와 연방기관의 협력 하에 기록물의 ‘1차 가치’를 선별・평가하고 폐기를 결정한다. 1차 가치 평가 이후, 현용・준현용 기록물로서 NARA의 처분 지침 승인을 받아 연방기록물센터로 이관된 이곳에서 현용・준현용 기록물의 활용이 끝난 후, 아키비스트에 의한 ‘2차 가치’ 평가가 이뤄지고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로 결정되면 NARA I과 NARA II로 이관되어 영구적으로 보존된다. NARA는 국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서 현용・준현용 기록물에 대한 관리 업무와 비현용기록물에 대한 보존・활용 업무를 구분하고 있지만, 한 기관에서 두 업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운용하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기록물은 NARA II에서 찾을 수 있다. NARA II에 소장된 기록물은 기록물 팽창 시기였던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포함한 그 이후의 기록들이다. 그리고 모든 시청각 기록물 또한 NARA II에 보존되어 있다. Q2. 아카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 요소는 무엇인가요? A. Archival operation의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기록이 생성되면 기록을 획득 과정하고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는 기록들은 평가, 선별, 폐기 과정을 통해 영구기록물보존소로 이관된 후, 기록물의 정리 및 콘텐츠에 대한 기술(description), 복원・보존 작업을 거쳐 적절한 방식으로 관리・보존된다. 그리고 archival operation은 이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기록물에 대한 접근과 열람 서비스를 대중들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기록물의 아카이빙 작업 과정은 모두 중요하다. 기록물의 존재 이유와 기록물의 수집, 관리, 보존 혹은 소장의 목적은 이 기록물들의 이용에 있다. 기록은 단지 한 가지 쓰임새만 갖는 것이 아니라 당장 예측할 수 없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곳에서 이용된다. 전시나 다큐멘터리 제작, 교육용 자료, 보도자료, 학술연구 등 다양하다. 따라서 다양한 목적으로 기록을 용이하게 활용하도록 돕는 것 즉, 기록의 활용은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숨어있거나 죽어 있는 기록을 지상으로 꺼내어 밝은 빛을 비추어 주는 것과 같다. 아카이빙의 모든 과정 중에서, 기록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작업인 기록의 활용을 돕는 것은 기록의 관리・보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지점이 기록관리 혹은 기록학이 다른 학문분과와 융합되고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기록이 원활하게 이용될 수 있고 활용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학문분과가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기록이 현상하는 것만 해석해 내는 것은 기록 전체 혹은 역사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 기록의 맥락과 기록에서 보여지는 것 이면의 역사성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기록을 다루는 공급자이든 소비자이든 역사적 지식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록은 그 맥락을 아는 만큼 보이고 아카이빙의 단서가 되며 알맞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아키비스트와 이용자, 아키비스트와 큐레이터, 전시디자이너들의 협업 등도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과 시각의 전문가들의 전문적 지식이 결합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Q3. 국가 기록과 개인 아카이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디자인계에서도 다양한 아카이빙 관련 시도가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계획 중인 국립디자인박물관의 아카이브와 다른 개인들이 시도하고 있는 아카이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일반인들 사이에서 기록과 아카이브 용어가 명확한 개념 규정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기록과 아카이브즈의 개념을 조금 명확하게 밝히자면, ‘레코드(records: 기록)’와 ‘아카이브즈(archives: 보존기록)’로 구분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기록으로 통칭이 되지만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기록(records)은 현용 기록을 의미하며 영구기록물로 평가되기 이전의 준현용 기록도 포함한다. 아카이브즈(archives)는 레코드의 직접 활용이 끝난 후, 역사・문화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된 영구기록물을 지칭한다. 아카이브즈는 일정한 기록 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각 기관으로부터 이관된 기록이다. 또한 아카이브즈는 장소의 개념으로서 이러한 영구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보존소를 의미한다. 기록학계 이외의 한국에서 대중적인 의미로 아카이브 혹은 아카이브즈는 주로 장소적 의미로 이를 사용하고 말하는 경향이 강하게 보인다. 위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큰 차이점은 국가의 예산이 투입되는가 아니면 개인의 예산으로 만들어지는가? (웃음) 아마도 국민의 공공자산이라는 공공소유권 개념과 공공성이 아닐까 한다. 국가의 기록은 곧 국민의 기록이다. 국가는 국민, 국가, 더 나아가 민간의 개인기록까지 그 권한을 이양받아서 국가의 예산으로 국민의 자산, 국가의 자산을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이는 국민의 삶과 역사가 기록되어야 하고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지고, 기록된 과거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관리 보존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기록은 국민 혹은 국가의 공공자산으로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로 인정받고, 박물관 전시나 학술연구, 다큐멘터리 등의 활용을 통해 그 공공성의 가치가 드러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가 기록에는 행정업무상 발생된 공적 기록물과 박물들이 기록물의 주를 이룰 수 있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공자산으로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류와 형태와 내용의 기록물을 수집하여 보존할 수 있다. 반면, 개인 아카이브의 기록은 개인의 취향과 관점,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기록들이 다채롭게 수집되어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기록과 개인 기록을 굳이 나누어야 하는가? 개인 기록 혹은 아카이브라 할지라도 관리와 보존, 활용의 측면에서는 공공의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어느 한 개인의 그림이나 디자인이 그 시대성을 반영한다면, 그 시대 역사의 퍼즐을 풀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공자산으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국가 주도의 아카이브이든, 인물이나, 사건, 지역, 주제 중심의 개인 혹은 작은 공동체의 아카이브이건 문서 중심의 기록을 넘어서서 사진, 오디오, 영상과 같은 시청각기록, 전자기록, 개인의 구술기록, 지도, 매거진 등 모든 종류 혹은 형태의 기록과 다양한 관점의 기록과 이의 아카이빙은 진실에 더 가까운 역사를 재현해 낼 수 있는 사료 혹은 도구가 된다. 더 나아가, 메타데이터 작성을 통해 기록물의 명확한 출처와 원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수직적이고 체계적인 분류와 정리가 필요하다. 또한 서로의 기록들이 연결될 수 있는 주제별, 사건별, 인물별의 수평적이고 네트워크적인 분류와 정리도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아카이빙은 보존과 소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보존된 기록을 대중이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성에 있기 때문이다. 아카이빙은 기록을 모아놓아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상의 디지털 아카이브에서도 기록을 수집하여 기록을 소개하고 보여주는 홈페이지가 아니다. 이용자들이 직접 보존된 혹은 소장된 기록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 기록 혹은 아카이브들을 서로 연결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해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미적 디자인과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적 소양이 넘치는 디자인사학회의 여러분들께서 다양한 관점으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아카이브를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견인하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진, 선, 미가 통합적으로 녹아있는 아카이브를 추구했으면 한다. 실증역사학에 기반한 역사와 사실과 과학성을 중시하는 근대성이 농후한 무겁고 어두운 아카이브적 특성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한다. 아카이브즈는 더 이상 역사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대중이 모든 학문분과에서 접근할 수 있고 기록과 아카이브즈(장소개념 포함)를 상호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보물창고이다. Q4. 한국의 디자인사 연구에 아카이브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제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아카이브즈에 소장된 디자인 역사 기록을 찾아내고 해석, 재해석을 통한 연구를 할 수 있다. 아카이브즈에 소장되어 있는 시각 기록물, 예를 들어 포스터나 사진 기록물, 건축관련 기록물, 디자인 산업 관련 기록물을 이용하여 디자인의 역사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사에 걸맞은 각 시대의 에피스테메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을 큐레이션하는 능력도 기대해 본다. 모든 개개인이 그들의 경험과 개성에 따라 다른 관점과 역사성을 갖는다. 디자인을 바탕으로 역사를 연구하시는 분들께서는 더 다채로운 시각으로 같은 기록을 다르게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기록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성을 읽어내고 다양한 역사 해석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능동이고 적극적인 기여는 아카이브즈를 구축하는데 함께 하는 것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아카이브즈 구축에 디자인 전문가들과 디자인 역사 전문가들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기록물 활용의 측면에서 그렇다. 대중들이 기록을 더 쉽게 보고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있다. 기록을 다양하게 해석하여 전시할 수 있는 능력, 디자인의 역사, 각 시대상을 보여주는 디자인을 통해 대중이 문자를 통한 기록만이 아니라, 시청각을 통한 기록으로 더 쉽게 시대를 읽어낼 수 있다. 특히 효과적인 전시나 큐레이션의 방식으로 가장 최적화된 역사적 기록과 박물을 통해 역사를 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국립 디자인 박물관이 태동한다면, 다양한 디자인 기록물로 그 시대의 역사성을 읽어낼 수 있도록 과학적 지식과 이야기적 서사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시대의 진실에 기반한 서사를 엮어내듯이 방문객들이 그들의 모든 감각을 동원할 수 있는 박물관이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디자인 박물관도 그 시대 유행했던 건축물과 일상생활 소품, 그리고 집 안 인테리어를 통해 그 시대를 재현해 본다. 각 시대상에 유행했던 집 안 인테리어를 통해서도 그 시대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시대에 유행했던 필체나 의상 등도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수직적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역사를 재현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지역별, 인물별, 주제별 컬렉션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아카이브즈, 박물관을 만들었으면 한다. 디자인사 연구는 아카이브즈를 이용하여 역사를 재현하는 연구도 해야겠지만, 아카이브즈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기존 아카이브즈와는 차별화된, 그야말로 디자인사적 측면에서 그 당시 예술가들과 산업인들이 그 시대상이 요구한 제품들을 만들어낸 이유를 아카이브즈의 기록을 통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를 물으며 가능한 한 가장 입체적인 역사를 구성해 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