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List Return to List Return to List Return to List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
KR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Introduction News Journals Conferences Member Register Schedule Account
Facebook Instagram
한국디자인사학회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04066 94, Wawasan-ro, Mapo-gu, Seoul Hongik University Hongmun Hall 1203
제5대 회장 인사말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30호

편집: 디자인사학회
인사말: 윤여경
발행: 2026년 1월 15일

안녕하세요. 5대 학회장으로 당선된 윤여경입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한국 디자인 사회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학회의 학회장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학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제가 이 학회에 애정을 갖고 참여한 이유는 한국 디자인이 너무 산업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우리 삶의 문화적 측면이 다소 소외되었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디자인이란 형태와 의미의 관계를 만드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디자인 관련 학회가 형태 중심으로 디자인을 연구한다면, 우리 학회는 의미를 증심으로 디자인을 살피고, 나아가 한국 디자인의 문화적 의미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회에는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디자인을 둘러싼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합니다. 그렇기에 디자인을 둘러싼 맥락(context)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디자인사학회는 겉으로 보기엔 활동 기간이 짧고 규모가 작습니다. 하지만 학회의 구성원들을 보면 결코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모두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분들입니다. 제가 평소 흠모하고 존경했던 분들, 모범과 귀감으로 삼았던 분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계시더군요. 우리 디자인 분야에서 오랜 시간 밀도 있게 활동하신 분들이 어떻게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는지... 오히려 그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감을 느끼는 분들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한국디자인사학회입니다. 구성원의 양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우리 학회는 그 어떤 학회에 비해서도 결코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막상 회장이 되고 보니 겁부터 납니다. 먼저 지난 운영진과 임원진의 노고가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무려 6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어떤 대가도 없이 공적인 활동을 해오셨다는 것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점점 책임의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나눠 부담할지, 또 우리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벌써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웹3, 로봇 등 다양한 기술 변화와 더불어 국가와 사회가 동시에 급변하고 있습니다. 개인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그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디자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구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국가와 개인의 경쟁을 넘어 커뮤니티 간의 경쟁 시대도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 앞으로의 미래는 정말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으니 흔한 말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상황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찾은 단어가 '확장'입니다. 분업화 시대는 자신의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더 섬세하게 전문 능력을 길러야만 했습니다. 그래야 살아남았죠.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이 에이전트로 함께할 시대는 섬세한 전문 능력이 아니라 확장된 인식 능력이 더욱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인공지능과 함께하려면 인공지능과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더 멀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다가오고 있으니, 굳이 우리가 먼저 다가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공지능을 기능적으로가 아니라 메타적으로 살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확장은 위험에 대비하는 헤지의 첫걸음입니다.

한국디자인사학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지난 한 달 동안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답은 '다양성'입니다. 우리 학회의 구성원들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우리 한국디자인사학회야말로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확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학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결코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반대로 개인의 확장 역량과 영향력에서 규모가 큰 커뮤니티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학회는 확장 능력과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1년 동안 우리 학회가 확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 준 임원진과 구성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우리 학회에 참여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디자인이 형태와 의미의 관계를 구축하는 활동이라면, 우리는 디자인의 의미에 관심이 많습니다. 디자인의 형태와 관련된 역사와 철학, 즉 문화적 차원에서 디자인을 인문학적으로 사유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학회는 디자인을 둘러싼 맥락, 즉 문화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지난 학술대회에서 확인했듯 이미 학회 구성원들은 디자인 산업과 더불어 디자인 문화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하면서 의미 있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내년 첫 1년은 학회가 문화적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서울만이 아니라 로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할 수 있는, 나아가 디자인 분야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관련된 기관, 기업,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동시에 학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의견을 묻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학회에 어떤 변화가 가능할지 구체적 방법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1년은 확장과 더불어 새롭게 만들어진 정체성에 기반해 구체적인 사업들을 실행해 볼 생각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없지만, 확장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분명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생길 거라 확신합니다!

학회장을 맡고 항상 생각하는 것은 '학회 회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입니다. 학술지, 책, 행사와 교육 참여 등 학회 회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연간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까운 동료들과 함께 디자인 멤버십 커뮤니티를 오랜 시간 운영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삶에서 배움과 소통,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보람도 즐거움도 빈약합니다. 뜻을 함께하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함께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학회에는 디자이너와 연구자 등 정말 멋진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이미 한국디자인사학회 멤버로서 나름의 성장과 성취를 이루어오신 분들이라 믿습니다. 제 역할은 단순하고 분명합니다. 학회 회원들이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고민하고, 여러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보람되고 즐거운 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 책의 제목 중 하나가 『역사는 디자인된다』입니다. 저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몇 차례 반복해 읽으며 역사가 디자인과 무척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역사는 미래와의 대화를 위해 과거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저는 역사가들이 과거를 살피는 이유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디자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우리 학회는 역사 학회로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울러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과거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도 두루 살펴볼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자와 학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나누고 대화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디자이너와 연구자들이 학회를 통해 서로 기여하고 소통하는 멋진 학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