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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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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자인사학회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05029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120 예술문화관 804호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2호 - Feature Interview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2호 Feature Interview 편집: 문희채 인터뷰: 고산, 권준호, 김소연, 박고은, 최호랑 발행: 2023년 5월 15일
디자인 연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젊은 디자인 연구자 다섯 명의 연구 ○성과와 ▷계획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 연구 방법론을 소개합니다. 고산(독립 큐레이터) ○ 가로쓰기 타당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었고, 근대 최초 잡지 <소년>의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가로쓰기 연구는 한글 편집 디자인에서 가장 큰 변화였던 쓰기 방식 변화에 대한 연구입니다. 이 변화의 타당성을 문제 삼고 정책을 실증적으로 분석해, 어떻게 세로쓰기 문화에서 가로쓰기로 정착, 변화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소년> 연구는 타이포그래피, 특히 문장부호와 관련한 연구입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잘 알려진 최남선을, 통상의 국문학적 연구가 아닌 디자인학적인 타이포그래피 연구를 통해 디자이너로서 조명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이처럼 제 연구 관점은 그간 디자인사에서 당연시되거나 디자인으로 범주화되지 않는 행위들을 분석해 역사를 재배치·재배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70년대 신문광고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한국 근대기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의 일상적 사물과 현상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적인 것들, 즉 디자인과 디자인 안팎의 사회문화를 서술할 수 있는 전시를 고민합니다. 많은 연구자 선생님들께서 지적하시는 대로, 한국 근대 디자인은 연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료가 남아있기 어려운 역사적 상황과 함께 공과가 뒤섞인 인물들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디자이너란 언제나 이름 없이 무대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한편으로는 디자인이라는 광의의 개념을 어떻게 좁힐 것이냐는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디자인적으로, 다시 말해 예술과 기술적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알려진 디자인을 계보화하기보다, 어떤 것 또는 어떤 행위를 디자인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 주제로 확장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주요 연구 분야인 시각편집물을 시기에 따라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발견되는 유무형의 공통적인 구조, 패턴 등을 파악해 해석하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당대 사회문화의 관계와 인식을 객관적 근거로 제시하려고 합니다. 이 같은 구조와 관계는 책 같은 전통적인 매체보다 다층적이고 공감각적인 지식 전달 체계로서 전시가 더 확장적인 사고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권준호(일상의실천) ○ 최근 10주년을 맞아 《일상의 실천》 전시를 열었습니다. 전시는 〈1. 아카이브〉와 〈2. 자체 작업〉으로 구성됐습니다. 〈1. 아카이브〉 섹션은 디자인 스튜디오(회사)로서의 일상의실천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에 걸쳐 진행한 클라이언트 작업의 모음이며, 포스터, 책, 모션, 웹사이트라는 매체를 기준으로 작업의 연도와 주제를 구분하여 배치했습니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인 〈2. 자체 작업〉의 경우 각각의 작업이 지닌 서사를 가장 적합한 표현 방식으로 구현하기 위해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일상의실천은 2013년 이후 디자이너 이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왔고, 이번 전시는 그렇게 진행되었던 자체 작업 중 오늘, 지금 우리에게 유의미한 발언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구성했습니다. ▷ “일상의실천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또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소규모 공동체입니다. 그래픽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평면 작업에만 머무르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의 방법론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을 소개하는 문구로 사용된 문장입니다. 언뜻 단호한 선언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문장은 2013년 당시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하는 구성원들의 지향점을 담고 있는, 일종의 다짐에 가까운 문장입니다. 그러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탐구하고 있다’가 아닌 ‘탐구하고자 한다’ 혹은 ‘탐구하고 싶다’로 쓰였어야 할 것입니다. 김소연(디자인 연구자, 홍익대∙국민대 강사) ○ 저는 박사 과정 이후에 미국에서 석사를 한번 더 할 기회가 있어서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미국 SVA(School of Visual Arts, NY) 디자인리서치 석사 과정 재학 시,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했습니다. 젓가락, 라면 등 아시안적인 소재를 지닌 것들에 대해서도 발표했고, 한국인들이 지닌 특별한 문화 현상에 관한 리서치도 했습니다. 또한 제가 미국에서부터 현재까지 집중적으로 연구를 한 주제는 북한 시각물입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주제라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네덜란드 아카이빙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현재 출강하고 있는 학부와 대학원의 디자인 이론 수업 연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 현재에도 계속해서 북한 산업미술(디자인)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 연구의 경우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하고 있는 연구입니다. 여러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소외되어 있는 분야라 ‘나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2015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국내/외에서 먼저 연구를 진행한 분들의 도움과 조언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생각 외의 복병이 나타나기 일쑤죠. 큰 욕심내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생각으로 연구합니다. 큰 성취나 만족감을 쫓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루틴으로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최근에는 일제강점기 시각물의 표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대략적인 주제가 정해지면 선행 연구들을 먼저 읽어봅니다. 물론 어떤 주제의 경우는, 특히 북한 디자인과 관련한 연구는 직접적인 선행 연구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주제의 선행 연구를 파악하는 것은 제 연구를 명확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앞선 연구자들의 연구에 빚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한 주제와 관련하여 모든 연구를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구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연대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고은(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전공 박사과정) ○ 직접적으로 디자인사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어떠한 대상의 시간에 따른 변화 과정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2020년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에서 한 석사 졸업 연구는 ‘사라진 한국의 근대 건축’을 주제로 하였는데, 철거되거나 잊힌 부정적 문화유산(Negative heritage)을 아카이브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특정 공간의 용도가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옛 신문 기사와 고전 영화자료 등 다양한 시각 재료들을 수집하였어요. 최종적으로는 20세기 서울에 지어졌다 철거된, 또는 원래의 용도가 잊힌 건축물들을 인터렉티브한 지도 위에 모은 아카이브 웹사이트와 증강현실을 활용하여 건축물의 일부를 복원하는 전시 설치물의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 디자인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제가 관심 있는 대상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새롭게 엮는 도구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앞서 소개한 ‘사라진 근대 건축'과 같이 사라진 것들을 수집하고, 그 빈 자리를 시각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미처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져 시각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그 대상을 어렴풋이나마 짐작게 할 수 있는 대체 자료들을 조사하고 서로를 연결 짓는 과정이 항상 흥미롭습니다. 얼마 전에는 사라진 고유 지명(地名)들을 수집해 인터렉티브한 지도 위에 맵핑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불완전한 정보를 담은 옛 종이 지도 속 지명들을 디지털 매체로 변환해 복원하는데 다양한 디자인 툴들을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양의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재배열함으로써 의도한 맥락을 선명하게 시각화하는 것이 디자인 연구가 다른 분야의 연구와는 차별화되는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하며, 그에 따라 매번 유연한 태도로 새로운 디자인 툴들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최호랑(디자인역사∙문화연구자) ○ 최근 써낸 연구 기반 글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전시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전시 도록에 기고한 「공예, 도안, 의장부터 산업디자인까지: 1950-60년대 디자인 개념의 사회적 부상과 변천」(2022)이 있습니다. ‘산업미술가’들의 활동상을 다룬 전시의 성격이나 시기 범주에 발맞추어 당대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이 어떤 용어로 존재했으며 어떤 역할을 요구받거나 자처했는지를 살피는 글입니다. 설명할 기회가 주어진만큼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좀 더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두 가지 생각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그 하나는, 전시가 함의한 바와 마찬가지로 한국 디자인이 한국전쟁 후 특정한 시기에 ‘출발’하거나 ‘시작’되었다는 기성의 시각에 관한 의심입니다. 물론 ‘한국 디자인 1950년대 혹은 1960년대 시작설’ 같은 관점이 어떤 맥락에서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전시 연계 세미나 <모던 데자인의 시대: 인물, 사물, 사건들>에서 설명된 바 있어,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 점도 있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지배적 담론이 되어 온 그와 같은 시각이 특정 세대의 헤게모니 투쟁을 역사적으로 승인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산업디자인’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생산(방식) 중심으로 디자인을 보는 문제, 국적에 기반해 ‘한국’ 디자인을 따지는 문제 등 여러가지로 의구심을 가질 점이 많다고 보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 경우를 포함해 20세기 중반 한국 디자인에 관한 기성의 연구들이 다소 빠르게 결론내린 듯 보이는 부분을 더 실증적으로 점검하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대인들의 생각과 활동상이 담긴 더 많은 사료를 점검해 이전의 거시사 위주 담론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을 찾아 수면 위로 부상시키고자 했습니다. ▷ 아직 밑그림을 그리는 정도인 연구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려, 공통의 것을 사유화하고 종획하는 논리가 횡행하고 있는 오늘날 디자인의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점검하고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여 년간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부처에서 공간 개선이나 지역 개발 사업 형태로 주도해 온 ‘공공디자인’ 현상의 성취와 한계를 살피고 근래 논의되고 있는 공공성 담론에 기반해 더 나은 디자인의 공공성을 사유해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관심은 현실에서 디자인이 주로 소비산업과 연결되어 이해되고 작동하고 있는 전반의 경향에 대한 비판적 관심이나 문제의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전지구적 위기 상황이 여러 차원에서 제각각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연구를 통해 디자인의 또다른 역할과 가능성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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