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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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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5호 - 목수현 인터뷰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5호 목수현 Interview 편집: 디자인사학회 인터뷰:목수현 진행: 문희채 발행: 2023년 11월 15일
서울대학교에서 동아시아디자인사를 강의하고 계시는 목수현 근현대미술연구소 소장님과 디자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미술사 전공자로서 ‘국가 상징’을 박사학위 논문으로 연구하셨습니다. 미술이 아닌 ‘상징’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상징에 관심을 가졌다기 보다는 조금 넓게 시각문화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으로서 1930년대를 다시 돌아보는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1930년대의 진보적인 것을 재발견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미학과에서 석사를 하고 다시 석사 과정으로 미술사학과에 들어가면서 1930년대의 근대미술을 연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근대미술을 공부하다 보니 너무 시시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생각을 바꿔서 사람들이 근대미술이라고 규정한 미술이 순수 예술 활동만을 바라보려고 해서 생긴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근대미술이 당대 사람들에게 진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하자 다른 것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과 접해 있는 시각문화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미술이라는 것을 확장해서 보고, 궁극적으로는 미술을 창작자 중심으로 보지 않고 수용자들에게는 미술이 무엇이었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시각문화를 봐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박사논문 주제를 생각할 때에는 자본주의적, 상업적인 광고를 할까 고민했는데, 그 자료가 박사논문을 쓸만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국가 상징으로 방향을 돌려보니, 국가 상징은 지금까지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의 국가 상징은 근대화되는 시기에 특정한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근대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각문화에서 국가 상징으로 구체적인 주제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근본적인 관심은 사람들에게 수용되는 시각문화였습니다. Q: 미술사를 전공했다보니, 연구 방법론으로 미술사적 방법론을 적용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대학원에서 디자인사를 강의하고 계십니다. 미술사 전공자로서 미술사와 디자인사 연구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제 박사학위 논문은 전통적인 미술사 방법론을 썼다고 할 수 없습니다. 미술사를 연구할 때의 방법론을 적용할 수 없는 주제였습니다. 물론 미술사를 연구하는 방법론은 여러가지입니다. 요즘에는 역사와 문화로 미술사를 보려는 시도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전통적인 미술사와 디자인사의 근본적인 차이는 디자인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특정한 공예품과 같은 대상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근대 산업화 사회의 산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창작자 중심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디자인사 연구는 어떤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어떤 사회에서 쓰이게 되었는가, 즉 역사와 사회를 빼고 형태만으로 분석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게 미술사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사는 아직까지도 어떤 형태, 스타일, 혹은 창작자 중심으로 하는 연구도 많습니다. 반면에 디자인사는 창작자 연구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입니다. 왜 이 사회가 그런 물건, 디자인을 필요로 했고, 어떤 디자이너가 그것에 응답해서 이 사회와 역사에 맞게 만들었는가, 즉 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점을 밝혀야 합니다. 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미술사는 분과 학문으로 정립되어 있는데, 디자인사는 아직까지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그것은 미술사와 디자인사의 나이 차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이 아닌 서양미술사의 기준으로, 서양 사람들이 미술사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한 18세기부터입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16세기의 바자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근대적인 연구방법론을 따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형화하고 계열화하고 역사적인 흐름을 보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에서도 그런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 자기 나름의 이해하는 방식이 있었습니다만, 19세기 후반 이후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들어오면서 미술사적인 방식으로 동아시아미술을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미술사는 바라보는 대상의 연원이 2000년 이상이 된 것입니다. 그것을 계열화하고 유형화하는 것은 200년 이상 역사가 쌓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미술사는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고유섭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셨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기가 있었기에 본격적인 미술사 연구는 1960년대 고유섭의 다음 세대라고 할만한 분들이 하셨습니다. 진짜 미술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1980년대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디자인사는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산업화 근대화된 사회에서 일어난 것이 100년 정도 밖에 안 됐습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대상의 시기가 짧고, 게다가 디자인이라는 것이 생산이 되고 나서도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디자인을 학문의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김민수 선생님의 연구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30년 정도 됐습니다만 연구하는 사람의 수가 굉장히 적었습니다. 디자인사가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미술사보다 늦었고, 산업화시키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만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디자인 산물의 역사가 짧다보니 그것을 성찰해야겠다는 생각도 늦게 시작하게 됐고,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의 숫자도 적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학문으로써 정립하기 위해 쌓인 데이터가 적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계에서 미술사가 의미가 있는 것은 미술하는 사람들 중에서 미술사를 돌아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계에서 디자인사라는 학문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은 없는 것은 디자인사가 아직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사가 정립돼서 학부에서부터 디자인사를 배워서 훈련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만, 지금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디자인사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디자인사가 자신에게 좋은 영향력을 준 적이 없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역사는 과거에 했던 것에서 어떤 영감이나 도움을 얻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의미가 있었다, 어떤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 사적인 정리입니다. 그런데 역사가 없다면, 내가 모르는 새로운 것이 무엇인가만을 성찰없이 계속 보는 것입니다. 얼마 전 수업에서 아시아의 책과 문자 디자인에 대해 강의하며 스기우라 고헤이와 안상수 선생님, 인도의 디자이너 이런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전통적인 문화를 어떻게 현대화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좌담을 담은 책을 다뤘습니다. 자기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결국 남의 것만 계속 보게 되는 것입니다. 남의 것만을 따라가다보면 100년이 지나도 절대로 자기 것을 할 수 없습니다. 남이 어떻게 하는가도 보아야 하지만, 내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보면 이 사람과는 다른 내 것이 나옵니다. 역사는 그런 성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 이게 없이 저것만 하면 늘 일본이던 미국이던 유럽이던 남의 것만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디자인사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것은 좋다고 얘기하고, 이것은 뭐가 나쁘다고 얘기하고. 그런 반성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내가 과거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버리고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반성이 없으면 절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Q: 한국디자인사는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지 제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디자인사가 연구하기 어려운 것은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역사 연구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자료를 현재의 눈으로 취사선택하고 가치평가도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료가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디자인사를 정립할 깜냥도 되지 않고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완전히 체계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데이터베이스들을 모아서 자료가 축적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기초 자료 찾는 것을 중심으로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을 해 봤는데 데이터베이스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모은 자료를 제가 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저는 그것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사를 연구하려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합니다. 1920년대 했던 박가분에 대한 데이터, 1930년대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데이터가 모여야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경향은 어땠고, 어떤 사람은 어떤 점에서 혁신적이었고, 어떤 사람은 어떻게 상업적으로 성공했고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쌓이는 게 일단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 이런 과정을 거쳐서 현재에 왔구나 하는 사적 계열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 많은 한국디자인사 연구들이 데이터를 축적하기보다 그냥 한 개의 역사적 사료를 가져와서 얘기하는 에세이들입니다. 그것은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디자인사 연구에서 조금 큰 그림으로 데이터를 쌓아가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집단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디자인 연구하는 분들이 많이 얘기하시는데, 산업디자인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보유한 자료가 중요한데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보유하지 않고 있기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A: 제가 얼마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포니 자동차에 대한 전시를 봤습니다. 그 기업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공개해서 전시화 했습니다. 포니는 너무나 현대에서 중요한 것이니까 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이 공개되고 축적되어야 합니다. 산업디자인은 아닙니다만, 제가 동아일보사에서 신문박물관 만드는 작업을 2000년대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아일보사만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신문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데이터 축적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신문박물관을 만들기로 했는데 무엇을 가지고 해야 할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인 몇 명이서 우리가 데이터를 모아서 신문 만화면 만화, 신문 삽화면 삽화, 신문 지면이면 지면, 이런 식으로 주제를 설정해서 다 끌어 모아서 정리를 했습니다. 데이터를 옛날에는 사적 정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잘 하지 않았습니다. 먹고 살기 너무 힘드니까 자기 자료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그랬다고 봅니다.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없는 것을 가지고 모아서 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어찌됐던 신문은 지면이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자료실에 신문들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동아일보사 사주가 약간의 박물관에 대한 사고가 있어서 이거는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으라고 하신 게 있었습니다. 정리는 하지 않고 그냥 버리지는 말라고 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진부에 가서는 옛날 카메라를 끄집어 오고, 어디 가서는 옛날 고바우 만화 원화를 끄집어 내는 식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데이터 자체가 소중하게 보존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미술사학과에서 하지 않는 시각문화로 논문을 쓸 때 기존 미술사의 자료로는 아무 것도 도움받을 수 없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흩어져 있는 구슬을 모아서 꿰어 맞췄습니다. 이거를 쓰겠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보면 기존에 있는 것과는 다른 자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제와 시선을 확보하면 데이터는 지금이라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주제를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제와 시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모자라지만 있는 것 안에서라도 데이터를 모으면 무엇이라도 됩니다. 저는 우표는 우표 모으는 사람들에게서 찾고, 화폐는 화폐 모으는 사람들에게서 찾고, 광고는 상업판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에 미술사에서 전혀 취급하지 않는 분야에서 자료를 찾아 미술사라는 하나의 바운더리에서 하나로 꾸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것은 사고의 전환과 시선의 전환이 필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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