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4호 - Interview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4호 윤성원 Interview
편집: 디자인사학회
인터뷰: 윤성원
발행: 2023년 9월 15일
한국디자인 진흥정책의 역사와 함께한 디자인진흥원의 정책 실무자인 윤성원 서비스디자인실 수석연구원의 이야기를 듣는다.
Q1.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간단한 역사와 주요 사업을 소개해 주세요.
* 출처 : 『디자인이 궁금해』, 2022, 한국디자인진흥원
국가 산업 발전과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설립된 배경을 살펴보면 정부정책에서 디자인진흥기관이 했어야 할, 해야 할 역할을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을 설립(1970)하고 디자인 진흥을 위한 법을 마련(산업디자인진흥법, 1977)하는 등 정부가 디자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 지 만 50년이 넘었다. 그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기세로 성장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고 2020년 세계 GDP 10위이자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 국가가 되었다. 그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할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1962년부터 1997년까지 이어졌던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같이 근대화를 명분으로 한 불균형성장 전략, 국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추진되었던 산업발전의 계획과 실행이 자리하고 있다.
불균형 성장 전략이란 한정된 자원을 특정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양적 고도성장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재벌 육성, 서울, 영남 등 특정 지역의 집중 개발, 중공업, 중화학공업 등 제조업 중점 개발, 수출 중심 경제와 같이 특정 분야를 선택해 집중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초고속 압축 성장이라는 빛과 양극화라는 그림자를 얻게 된다. 정부 주도 계획 경제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이 이루어졌기에 그 내면을 이해하자면 정부 정책이 어떤 목표를 정했고 실현했는지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을 통해 정책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디자인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1970년 이후 정부가 국가 발전을 위해 디자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추진체계로 한국디자인진흥원(당시 한국디자인포장센터)을 설립한 후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펼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조응해 디자인산업에 관한 정부 정책을 실행해 오는 과정에 디자인산업의 변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디자인산업 진흥의 역사를 디자인의 발전사와 분리해내서 살펴보려고 시도한다면 디자인산업의 현실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 강국의 꿈, 정부 주도 디자인 정책의 시작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국가 주도로 설립된 디자인 진흥기관으로서 디자인 법/제도, 디자인권리보호, 인재육성, 기업지원, 문화확산, 인프라 제공 등 한국의 디자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디자인과 포장으로 수출 한국을 견인하겠다는 목적으로 한국디자인포장센터라는 이름으로 1970년 창립되었다.
1960년대 수출 중심 성장이라는 국가적 과제는 정부 주도 디자인산업 진흥이 시작되었던 배경이다. 1960년 2천 2백50만 달러, 1961년 4천 1백만 달러였던 수출이 1964년에 1억 1천 9백만 달러로 급격히 증가(1964년 11월 30일 1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정부는 이날을 기념해 ‘수출의 날’로 정했다. ‘기록으로 보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국가기록원 웹사이트(주요 이슈 > 수출 증대). 2021.)하자 사람들은 제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완성연도인 1971년 수출 목표 10억 달러 달성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예감하게 된다. 1960년대 10년간 연평균 41%, 세계 최고의 수출 신장(동 기간에 수출 신장 연평균 30%를 넘었던 국가는 세계에서 2개국, 한국과 리비아 뿐이다.)을 기록하며 우리나라는 저개발국가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했고 1971년 수출 10억 68백만 달러로, 도달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수출 목표를 달성한다.
그러나 1968년 해외 수출품에 대한 문제 제기가 13%에 달하고 그중 중요한 문제가 포장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자, 포장 문제는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디자인과 관련해 1965년 10월 29일 상공부 인가로 설립된 민간기구 ‘사단법인 한국포장기술협회’, 1966년 정부가 우수 디자인 제품 생산을 통한 수출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는 설립 첫해인 1966년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를 처음으로 운영했다. 이것이 현재의 DK어워드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이다.), 1969년 수출용 골판지 상자 제작해 수출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수출품포장센터’와 같은 기관이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포장기술협회’와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는 포장기술과 디자인의 연구개발 기관이었고, ‘한국수출품포장센터’는 포장재인 골판지의 생산 공급으로 수출 포장에 직접 관여하는 기관이었다.
1969년 정부는 외국 저명 디자이너 초청, 포장센터 설치 등에 예산을 배정(‘수출진흥확대회의 녹취록 심화 연구’, p152, KDI, 2014.)했고 1970년 4월 20일 개최된 청와대 수출진흥확대회의(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10월 5일 수출제일주의를 정부 경제시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을 것을 천명하고 1965년 2월부터 1979년 9월까지 14년간 월 1회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주관했다.(수출진흥확대회의 녹취록 심화 연구, KDI, 2014))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기존 세 기관을 통합해 ‘재단법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한다. 5월19일, 당시 상공부 장관인 이낙선이 겸직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정부 기관과 민간이 통합된 디자인 진흥기관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가 설립되었다. 이것이 현재의 ‘한국디자인진흥원’이다.(오근재, ‘디자인 코리아’(2020, 한국디자인진흥원) 중 발췌, 요약. pp25-28.)
‘한국디자인진흥원’은 10억 달러의 수출 목표를 꿈꾸었던 1970년, 수출 상품 포장 개선의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디자인으로 국민의 염원인 수출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2차 경제개발계획까지 경공업 수출에 집중했던 우리나라는 수출의 비약적 확대를 위해서는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년~1976년)부터는 중화학공업에 집중하여 종합 제철, 석유화학, 기계공업 등 중화학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1970년대 중화학 공업을 산업화의 성장 엔진으로 삼고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한 결과 1979년 중화학 공업화율은 51.2%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1970년대에는 기계, 선박, 철강 등 중화학 공업 제품이 수출의 40-50%를 차지한다.) 이것은 수출의 극적인 확대로 이어져 1980년 초까지를 목표로 했었던 1백억 달러 수출을 1977년에 조기 달성하게 되었고, 외신들은 한국의 놀라운 경제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하면서 한국을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부르게 된다.("중화학 국가로 간다"…박정희 대통령 결단, 國力 증폭시켰다. 2014.08.28. 아시아경제)
1960년대는 낮은 인건비를 경쟁력으로 하는 1차 산업 생산품과 옷, 신발, 가발 등 경공업 제품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했기에 포장과 제품개발 등 디자인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 될 수 있었지만, 1972년부터 중공업, 중화학 중심의 수출로 정부 정책이 크게 전환하게 되면서 한국디자인진흥원도 수출에 기여하는 기관으로서 역할 정립에 대한 큰 고심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창립 이후 시대별로 정책과 사업이 어떤 양상으로 변화되어 왔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변화 과정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변화 과정을 몇 개의 단계로 구분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창립 시점인 1970년을 기준으로 10년 단위로 각 시기가 갖는 정책과 주요 사업이 어떤 양상으로 변화되어 왔는지 특징을 정의하는 단순한 접근이 있을 수 있다. 2020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디자인산업 육성의 과정과 성과를 기록한 ‘디자인코리아’를 발간했는데, 여기에서 50년의 경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1970년대에는 디자이너등록제, 포장기사제도 시행, 디자인포장진흥법 공포 등 포장과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자 주력했다.
1980년대에는 시각, 산업디자인 영역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우수디자인 상품 선정제를 도입해 이를 진흥하고 육성하기 위한 역할을 하였다.
1990년대는 산업디자인전문회사 제도를 운용하고 디자인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보다 체계를 갖추어 디자인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2000년대를 맞아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 산업디자인대회 등 우리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는 많은 계기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광주, 부산, 대구·경북에 지역디자인센터가 개소되는 등 세계화와 동시에 지역화 동향이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확산에 따라 웹, 사용자경험, 콘텐츠 등 디지털디자인 영역이 크게 성장했다.
2010년대에는 제조서비스화와 서비스산업 확대 등 산업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정책을 통해 서비스디자인 분야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해 신 수요시장을 개척하였고 스타일산업 등 상대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하지 못했던 다양한 디자인 분야로도 지원영역을 확대하였다. 또한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돕는 거점을 마련하여 한국디자인 세계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으며 해외 디자인 나눔 사업으로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극복하며 국제사회에 과거에 받았던 바를 보답하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서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가장 의미 있게 변화된 중요한 변곡점을 갖는 시기를 기준으로 단계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정부 시책의 변화를 기준으로 구분을 하는 방법은, 정부 시책 이외에도 디자인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변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을 기점으로 정책의 변화 단계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러한 전환 시점에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도 전략적으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생활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시기를 등 간격으로 나누어 보는 관점과 특정 변화 요인을 기준으로 나누어 보는 관점 모두 1970년을 전후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디자인산업 진흥을 시작하였음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이 직접 개발에서부터 점차 간접적 역할로 변화하고 있음을, 디자인산업 분야가 매우 역동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최근 들어 국제화, 지역화의 경향이 강해지는 현상을 똑같이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진흥기관이 하는 일 세계 각국의 디자인 진흥기관들이 하는 활동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Department of Innovation Industry & Regional Development, Developing Victoria’s Design Capability, 2003, pp.32~34) 하나는 디자인 서비스 공급자에게 초점을 둔 디자인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디자인수요자에게 초점을 맞춘 수요 중심의 접근법이다. 디자인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은 보조금 지원, 디자이너 역량개발, 디자인 유산보호 같은 것이 있으며 디자인의 수요자에 초점을 둔 정책은 디자인수요자의 인식을 높이고 산업의 디자인 활용 능력을 제고하며, 수출을 지원하고 정부 조달 사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 등이 있다. 수요 중심의 접근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 방법은 여러 가지 인식 증진 사업이나 디자이너와 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의 디자인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디자인의 잠재적 소비자를 지원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또는 훈련을 통해 디자이너의 실질적 기술이나 비즈니스 기술을 강화해주거나 국내외 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이 있다.(디자인정책(2009), 세계디자인경영연구원, pp.67~70) 디자인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
① 보조금 사업 : 디자이너와 디자인기업, 단체에 생계유지, 작업 활동 등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네덜란드) 수출 진흥을 위해 해외 전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도 있다.(영국)
② 디자이너 역량개발 : 디자이너 재교육, 인력양성 사업을 말한다.
③ 디자인 유산 보호 관리 : 자국의 디자인 유산을 보존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국가 및 여러 기관이 디자이너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심포지움, 전시개최, 디자인분야 출판물 지원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네덜란드, 스웨덴)
④ 기타 : 기타 직접 지원의 예는 온라인 디자이너 DB 구축 운영, 해외 시장조사 정보 제공 등이 있다.
디자인 수요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
① 시상 제도 : 디자인의 우수성과 유익을 홍보하기 위한 디자인 시상제도를 의미한다.
② 전시 : 디자인의 우수성과 혁신에 관한 전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국제 전시는 수출 증진의 매개이자 문화 외교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③ 공모전 : 공모전은 그 결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디자인 인식을 효과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④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실증 제시 프로젝트 : 시상제도나 전시, 공모전 등은 이미 디자인에 대해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대상들만을 위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자인의 가치를 제시하는 프로젝트들이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디자인 카운슬에서 운영하는 ‘Designing Demand’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업의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를 잠재적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해준다.
⑤ 출판 및 세미나 : 일반적으로 많이 시행되는 디자인 활용 촉진 프로그램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⑥ 수출 증진 : 주요 무역 박람회와 전시회 참가 지원을 의미한다. 현재 영국에서는 무역투자청 UKTI이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⑦ 직접적인 기업 지원 및 디자인 경영 지도 : 정부는 디자인 진흥을 위해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디자인 기술개발사업’인데 디자인전문기업을 통한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디자인 경영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⑧ 미디어 활용 : 보다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디자인 진흥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⑨ 공공 분야 사업 : 정부는 우수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사례를 직접 제시하고 디자인 서비스 구매를 통해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디자인 시장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 진흥 활동은 그 목적에 따라 ‘디자인 장려encouragement’와 ‘디자인 지원support’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디자인 장려’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게 하고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시회 개최, 디자인 시상제도 실시, 국제 교류 등의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 지원’은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 디자인 관련 사업 지원, 혹은 산업에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활동을 말한다.(디자인진흥기관 역할모델개발 연구(2006), 한국디자인진흥원·KAIST, p.85)
산업디자인진흥법(제11조.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설립 등)에서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해야 할 사업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개발 지원사업
2. 전시사업
3. 출판 및 홍보사업
4. 정보화사업
5. 교육ㆍ연수사업
6. 지방의 산업디자인 진흥을 위한 사업
7. 국제교류ㆍ협력사업
8. 정부의 위촉사업
9.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정부주도 디자인정책의 한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과제
한계점도 분명하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산업 육성은 디자인산업 자체를 육성해 디자인산업 간 국제 경쟁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제조산업과 수출 성장에 디자인이 필연적으로 필요했던 것이었기에, 제조산업 외 생활 문화, 환경, 공공정책 곳곳에 역동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다양한 면모를 아우르지 못한다. 정부 주도 산업 육성 정책은 대체로 두 가지 한계점을 갖는다. 해당 행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 특정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전략적 선택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나 그랬거나, 의도치 않았지만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 인해 배제되는 영역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 디자인산업 현황을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에 의한 결과로만 보기에는 그간 정부 영향이 시장을 좌우할 만큼 압도적인 자원이 투입되었던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정책의 작용 결과를 인과관계로 따져보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비약적 경제 성장으로 세계적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우리나라는 이제껏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 정책의 성공 요인에 대해 정확히 평가,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산업 발전에 있어 경제 발전 모델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지도 못했고, 달성한 성과와 함께 사회문화적으로 발생한 각종 문제 요인과 문제의 원인, 해결 방법 등에 대해서도 이해가 높지 않다.(이종일, 박문수, 「한국경제 50년사 분석 및 산업정책 시사점 고찰」, 한국뉴욕주립대학교, pp.4-5, 2013.) 우리의 예상 범위를 넘어 산업,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 변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회, 문화, 우리가 처한 환경도 빠르게 복잡성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성장, 포용성의 상실, 자원의 불균형 심화 등 당면하게 된 총체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대한 효과를 높이자고 하면, 지나온 50년의 디자인산업 육성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타날 기술, 사회변화 동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향후 정부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발전단계 또는 시대별 구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부터 정의하고 단계별로 당시 정부가 투입한 자원과 전략, 추구했던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디자인수요시장의 상황, 사회, 경제, 문화적인 상태에 따라 달성된 것이 무엇인가를 평가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간의 디자인 정책 성과 분석과 평가를 통해 코로나 이후 시대 디자인 정책이 추구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
디자인 정책의 운영 체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산업디자인은 산업디자인진흥법(디자인·포장진흥법으로 시작, 1977년 시행), 공공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2016년 시행)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디자인은 산업부, 공공디자인은 문광부에서 담당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 조심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을 디자인으로 혁신하는 일이라면 행안부, 문화를 디자인으로 혁신하는 일이라면 문광부, 이런 식으로 각 수요처의 관할로 추진된다.
디자인의 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과거 매력적인 생산품을 만들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에 국한되었던 디자인은 이제 더 안전하고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과 관련된 활동은 산업부, 행안부, 문광부뿐 아니라 국토부, 미래부, 교육부 등 필연적으로 다양한 부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수요처의 관할 영역에서 일어나는 디자인의 사정에는 산업부가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수요로 인해 디자인을 도입해야 할 상황을 맞은 부처들은 각자 나름의 방안으로 대처하고 있다. 디자인의 속성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는 좋은 성과가 나기 어렵다. 제대로 되려면 각 부처들이 디자인 전문성을 확보하거나 전문성을 가진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계획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불평등, 고령화 등 복잡한 사회문제의 경우라면 어떨까? 정책은 점점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들을 다루게 된다. 사회문제는 특정 부처가 책임지고 추진할 수 없는 애매한 성격의 과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경우는 디자인이 개입해야 할 일이라면 산업이든 문화든 경제산업성이 담당한다. 일본정부와 우리 정부, 어떤 방법이 디자인 정책의 운영에 더 바람직한 방법일까? 우리 정부의 방식은 기업에 비유하자면 제품의 홍보 업무를 홍보 부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각 사업 본부에서 알아서 각자 해결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게 한다면 잘 될 리가 없다. 신기술에 따라 바뀌는 매체 환경을 고려한 홍보 전략 같은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본처럼 산업부가 모든 디자인 관련 업무를 일괄해서 하면 해결될까?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정책이라면 그런 방법으로도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방안으로는 통합 디자인 관리 기관 설립을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2003년 디자인싱가포르카운슬을 설립하여 현재 특정 행정부의 범위를 넘어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디자인센터 등 선진 디자인산업 육성 기관을 벤치마크하되, 우리 실정에 맞는 통합적 디자인정책 추진 체계를 마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Q2. 진흥원은 오랜 기간 한국 디자인의 성장과 함께해 왔는데요,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사 자료도 많을 것 같은데 아카이브의 활용 상황과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웹사이트인 디자인DB에 정책연구, R&D 결과보고서, 각종 사업 성과보고서 등 모든 연구 및 사업 결과물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https://www.designdb.com
[디자인DB] > [디자인연구] 메뉴에서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
https://www.designdb.com/?menuno=790&cate=&order=new&period=&key=community&search_type=&keyword=&writer=&pageIndex=1&sphereCode=&comm=null#gsc.tab=0
10년마다 출간물로 정리하고 있는 기관 사료도 여기에 있다.
https://www.designdb.com/?menuno=790&cate=&order=new&period=&key=community&search_type=bbstitle&keyword=0%EB%85%84%EC%82%AC&writer=&pageIndex=1&sphereCode=&comm=null#gsc.tab=0
특별히 50년이 되었던 2020년 총정리해 발간한 책자가 2권 공개되어 있다.
(1) https://www.designdb.com/?menuno=790&bbsno=30622&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N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2) https://www.designdb.com/?menuno=790&bbsno=30744&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N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디자인관련 정기간행물과 '포장기술', '디자인포장', '산업디자인', 'designdb'(1~188호), 'designdb플러스', 'K-DESIGN'(1~20호) 등 1970년~2015년 중 발간된 간행물 총 266권, 약 3만 4천페이지의 방대한 분량 전문이 공개되어 있다. 게시판에서는 목차가 검색이 되고, PDF파일을 내려받으면 본문 전체 검색이 된다. 이미지스캔이지만 문자인식을 한 파일이라서 검색할 수 있다. 디자인연구개발 결과, 주요 디자인공모전 수상작, 디자인 성공사례. 디자인연구 및 개발 프로세스와 방법론 등 근현대 디자인 역사연구는 물론, 디자인 상식을 넓히고 전문분야에 관한 통시적 이해를 높일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https://www.designdb.com/?menuno=1325
내부적으로는 업무 관련 지식 공유를 위한 DB (그룹웨어 내 지식창고)를 운영하고 있는데 활용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매번 새로운 과제와 사업을 하고 있어 과거 자료가 활용될 여지나 필요성이 크지 않고, 자료를 공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공유 활동을 촉진할만한 피드백, 동기부여, 보상 등도 없고 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순환보직으로 3-5년 뒤에는 다른 업무를 하게 되니 상대적으로 지식 아카이브가 중요하고 이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도 매우 큼에도 아카이브에 공유될 자원을 정리하고 업로드하는 일 자체가 매우 신경을 기울여야하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며 인수인계 시점에는 엄청난 새로운 정보 학습과 긴장과 부하가 걸리는 터라 이런 아카이빙 활동이 일어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 업무지식 전수도 개인대 개인으로 파일로 전수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Q3. 디자인 정책 전문가로서, 한국디자인사 연구에 제언하고 싶은게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디자인계 공유 지식자원이 너무 적다는 점이 아쉽다. 200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디자인DB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공기관으로서 가능한 자원을 찾아 모으고 검색될 수 있게 하려고 하지만 이것도 그간 수차례 담당자가 바뀌고 책임자가 바뀌는 것에 따라 웹서비스 운영 정책에도 변화가 잦아 안정성이 낮은 실정이다. 콘텐츠 URL이 바뀌고 중단되거나 삭제되는 데이터들도 많다. 10년 전 등록되었던 콘텐츠의 URL이 현재 몇 개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지를 보면 참담한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가능한 많은 자료가 공유되도록 하자는 기조이지만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 접근성이 매우 좋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지식자원 공유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문이든, 모든 지식 결과물을 로그인도 없고 유료결재도 없이 볼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이 나타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