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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31호 - 노네임프레스 인터뷰, 아카이브의 방식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31호 - 노네임프레스 인터뷰, 아카이브의 방식

편집: 디자인사학회
인터뷰: 홍주희
진행: 제임스최
발행: 2026년 7월 17일

Q1. 노네임프레스는 아카이브의 기획과 디자인을 함께 수행하고 계신데요, 디자이너로서 아카이브의 대상을 선택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노네임프레스가 아카이브의 대상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집 행위 자체보다 그 대상을 분류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맥락과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둘째, 이미 충분히 기록되고 연구된 대상보다는 제도권 기록에서 비껴나 있지만 동시대 주변 환경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가. 셋째, 사적인 관심과 흥미를 전제로 하는가. 이처럼 '주변'에서 포착한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려는 것은, 동시대 '지역성'이라는 의제를 개인이 위치한 물리적 조건 및 배경을 넘어 개인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관계 맺는 사적인 행위까지 포함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카이브 의 대상은 대개 개인적인 흥미와 관찰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00박물관〉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수집의 대상이 또 다른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적인 관심에서 시작되어 특정 시대의 시각문화나 지역 정체성의 전승을 넘어 공적인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을 때, 동시대의 유의미한 아카이브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2. <코퍼레이트 아이덴티티 매뉴얼 1970-90년대〉는 단순한 자료집을 넘어, 당시의 디자인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지식의 아카이브'처럼 느껴졌습니다. 디자이너로서 특히 중요하게 보셨던 지점은 무엇인지요.
이 작업에서 중요하게 보았던 지점은, 이 자료들이 단순히 과거의 기업 아이덴티티 매뉴얼을 모아놓은 이미지 자료가 아니라 당시 한국 디자인이 시스템을 이해하고 구축했던 사고방식 자체를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로고나 색상, 그리드, 전용 서체 같은 요소들은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디자인을 어떻게 체계화하고 조직적으로 관리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이 방대한 자료가 공적 기관이 아니라 한 개인의 오랜 수집과 보존을 통해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한국 디자인사의 중요한 단면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연구되거나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못한 현실이 자료 곳곳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접힘이나 얼룩, 변색 같은 흔적을 과도하게 보정하지 않고 지면에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이는 자료가 어떤 조건 속에서 보존되어 왔는지, 그리고 한국 디자인사에 어떤 공백이 존재하는지를 함께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자료가 살아남은 읽히는 아카이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Q3. 이러한 아카이브가 오늘날의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카이브는 보존과 전승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오늘날에는 하나의 창작 방법론으로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고 체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과거의 자료 수집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젊은 세대에서 레트로 문화가 확산되는 현상과도 일부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듀오의 경우, 한 명은 주변을 관찰하고 수집하는 행위에서 기쁨을 누리고, 한 명은 아카이브를 수행하는 행위 자체에 더 관심을 둡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 체계를 만들고, 이를 다시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구현해내는 과정은 오늘날처럼 이미지와 정보가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한번씩 뒤를 돌아보며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맹목적으로 전진하는 감각이 지배한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주변을 수집하는 행위'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 존재하는 흔적과 사건에 대해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개인의 삶에 있어 한 꺼풀의 레이어를 쌓을 수 있습니다.

Q4. 노네임프레스의 아카이브는 전시나 디지털이 아닌, 출판물의 형태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카이브를 책이라는 매체로 구성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현 시점 아카이브의 정의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 인터뷰에서 저희가 정의하는 '아카이브'는 실재하는 대상을 수집하는 행위보다, 수집한 대상을 분류• 편집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해낸 결과를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책은 이러한 생각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매체입니다. 페이지의 순서와 배열, 글자체, 읽기 방식뿐 아니라 규격, 재료, 제본 방식 같은 물성적 요소들 역시 자료를 해석하는 방식에 관여합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책은 단순한 컬렉션이 아니라, 아카이브로 수집된 대상을 다시-읽게 만드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자료를 웹사이트나 클라우드에 저장해둔다면,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게 자료를 영원히 보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환상을 가졌던 시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허나 지금은 15년 전의 웹 프로젝트를 다시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반면, 그 시기에 구매한 책은 (잘 찾아내기만 한다면) 여전히 책장에서 쉽게 꺼내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 역시, 저희가 아카이브를 책이라는 매체로 구현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5. 책이라는 형식이 아카이브의 읽힘이나 경험 방식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책의 형식으로 구현된 아카이브는 대상들을 검색하게 하기보다, 독해하게끔 만드는 매체입니다. 디지털 아카이브나 전시가 자료에 대한 선택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면, 책은 페이지를 넘기며 의도된 흐름 속에서 자료를 만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개별 자료뿐 아니라 자료 사이의 간격과 반복, 차이와 의도된 누락을 경험하며 해당 아카이브가 가진 관점을 감지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00박물관
3편: Neo Ghost 점거하는 유령들>에서는 프렌치 제본을 통해 만들어진 종이 사이의 물리적 간극이 '공간'과 '점거'라는 주제를 읽는 방식 자체로 경험되도록 제작했고, 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발행한 지역미술조명 사업: 가교>의 도록 디자인에서는 누락된 자료를 의도적으로 빈칸으로 남기고, 이어짐과 끊어짐이라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통해 공백을 드러냄으로써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시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책의 형식은 아카이브의 주제를 경험하게 만드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모은 자료가 책 안에서 분류되고 배열될 때, 그것은 단순한 수집 목록을 넘어 하나의 작은 박물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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