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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7호 - Letters from...
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7호 Letters from... 편집: 디자인사학회 필자: 노성일 발행: 2024년 2월 15일
Letters from... Bangkok [방콕 디자인 위크 2024 리뷰_노성일 국제교류이사(소장각 대표)] “LIVABLE SCAPE”, 즉 ‘살만한 풍경'이라는 주제로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 ‘방콕 디자인 위크(이하 BKKDW)’는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The New-ist Vibe(새로운 분위기, 2018)’, ‘Fusing Forward(융합의 전진, 2019)’, ‘Resilience(회복 탄력성, 2020)’, ‘Resurgence of Possibilities(가능성의 부활, 2021)’, ‘Co with Creation(창조와의 공생, 2022)’을 주제로 매년 방콕 전역에서 다양한 창작자, 디자이너, 기업가, 공공 및 민간 기관 등과 협업하며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태국의 디자인 산업을 주도하는 TCDC(Thailand Creative & Design Center)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장과 갤러리, 건축사무소, 카페, 음식점, 마을 공동체까지, 행사가 열린 9일 동안 방콕 구석구석 15개 구역에서 8개의 카테고리, 5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장면을 소개합니다. 1. 다층적/다면적인 축제의 장 ‘살만한 풍경’이라는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빈부격차와 세대 갈등,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태국의 복잡한 모습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살만할 수도, 아닐수도 있는 도시 방콕을 디자인의 측면에서 어떻게 조명할까 궁금했습니다. 전시와 프로그램은 아주 작은 카페에서도, 럭셔리 아트 갤러리에서도 열렸으며,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EDM 음악 공연부터 작은 마을의 잔치까지 아주 다양하게 열렸습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삶의 형태를 여러 프로그램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태국에서 논의되는 ‘디자인’의 개념이 제품을 만들거나 문제 해결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모든 개념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상의 고민부터 거대한 담론까지, 시민의 삶이 펼쳐지는 일상의 공간을 인지하게 하고 연결해주는 디자인의 역할이 곳곳에서 돋보였습니다. 방콕 시민들이 일상에서 잠시 빗겨나 행사를 즐기면서 ‘우리 동네에도 재미있는 일이 가득하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면 ‘살만한 풍경’이라는 주제가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소재와 환경의 고민들 디자인은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일이기도 하기에 늘 소재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은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사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태국은 어떨까요? 태국을 비롯한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기후 위기가 심각한 이슈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닐 봉투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매우 많고, 분리수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하지만 이번 BKKDW에서 소개된 제품들은 상당수가 환경을 고려한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폐플라스틱과 비닐을 재가공하거나 지역에서 버려진 물건들로 작품으로 만드는 등 환경 이슈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행사의 주요 방문객들이 20대인 것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될 새로운 담론이 기대되는 장면이었습니다. 3.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 방콕 거리를 걷다보면 정말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동식물과 인간, 다양한 민족, 젠더와 종교 등 남녀노소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충만하게 드러내는 곳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함께 산다’는 키워드가 중요했습니다. 불교도가 대부분인 태국에서는 누군가의 윤회일지 모를 동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방콕 같은 대도시에서는 늘어나는 야생동물의 수가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카사노바'에서 모티프를 얻은 ‘Catsanova 2024(by Stand for Stray)’ 프로그램은 재치있는 방법으로 길고양이의 중성화를 위한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고양이 중성화 시 사라지는 수컷의 고환, 일명 ‘땅콩'을 미술 작품으로 만드는 워크숍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직접 그 작품을 경매로 팔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시민들은 중성화의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배우고, 작품의 수익금은 중성화 수술에 사용되는 창의적인 기획이었습니다. 태국인 중 불교 인구는 95%이며, 불교 사원과 상징이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방콕 시내에서 공존하고 있죠. 실크 제품으로 유명한 ‘짐 톰슨 하우스’ 근처에는 작은 무슬림 마을이 있는데요, 이 무슬림 공동체가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도록 마을 사람들의 거점 모스크를 중심으로 아랍어를 배우는 프로그램, 마을 어귀에 이슬람 상징을 그려넣는 캠페인,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슬람 양식의 평상을 만드는 등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4. 마치며 동남아시아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하는 저는 방콕에 자주 방문합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만난 방콕은 정말 그 어느 때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짧은 기간 도시 전역에 흩어진 전시공간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BKKDW 홈페이지에서 지도가 매우 잘 구현되었기 때문인데요, 지역별, 테마별, 일자별 이용 가능한 전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투어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홈페이지에 들러서 도시의 어떤 곳에서 어떤 이슈가 펼쳐졌는지 살펴보셔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상으로 BKKDW 리뷰를 마칩니다. ------ 방콕 디자인 위크 홈페이지 www.bangkokdesignweek.com 방콕 디자인 위크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bangkokdesignweek 소장각 www.instagram.com/sojanggak